일본 대학원 합격기 - 나는 어떻게 JAIST를 지원하게 되었는가

19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물리학과 입학을 앞둔 나는 20대 목표를 세웠다.

 

1.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졸업하기

2. ROTC 활동을 통해서 사회 경험과 유학 자금 모으기

3.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사비로 해외 대학원 석사 진학하기

4. 괜찮은 대학교에서 박사 따기!

 

4차원이란 성격을 듣는 나는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거 같진 않았고 해외 생활에 로망이 있었던 나는 위와 같은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1학년 때부터 학부연구생을 알아보고 ROTC를 지원했다.

 

그 결과 중국인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교수님 밑에서 중국인 선배들과 함께 산화물반도체 쪽의 SCI 논문 2편에 참여할 수 있었고 교수님한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1학년 때는 떨어졌지만 2학년 때는 ROTC에 붙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본가 바로 앞의 50사단에서 통신소대장으로 군생활을 하게 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배운 것도 많았던 50사단

 

하지만 유학을 지망하기엔 학점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그래도 부전공이었던 철학이 학점을 하드캐리...) 실력도 돈도 없었던 나는 유럽, 중국, 일본 쪽 유학을 지망하게 되었다. 

 

변명이지만 바쁜 군생활 때문에 영어 실력엔 자신이 있었지만 공인영어성적이 당장 없었던 나는 5월 중순에 그냥 멍하니 당직근무를 서면서 해외 여러 대학들 입시요강을 보고 있었고... 모 교수님께서 적극적으로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셨던 JAIST를 다시 체크하는데...

공인영어성적을 안 본다고??

 

자세하게 요강을 보니 JAIST는 일본대학답지 않게

 

1. 언어 성적? 필요 없어 면접으로 체크할 거야. 우리는 일본어랑 영어 둘 중 하나만 할 줄 알면 괜찮아 ㅋㅋ

2. 홈페이지에서부터 보여주는 외국인 친화적인 환경

 

ㅎㅎ 우리가 일본 대학원에서 제일 외국인 친화적일걸?

 

이 두 가지에 내 맘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JAIST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을 때는 보통사람들한테 인지도가 적어 좀 꺼려졌으나 교수님들의 실적도 괜찮고 홈페이지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그냥 학부 설립 전의 과기원 같은 느낌이겠구나.. 하고 애써 걸리는 점을 넘겼다. 인터넷 서치를 하였을 때도 인지도는 없어도 실력은 다들 좋다는 평이 지배적이기도 했고. 전역은 6월이니 5월인 이 시점에서 다른 대학의 입시를 바로 준비하기엔 시간이 벅차(내 맘속 1순위 상해교통대... 다른 세계선에서는 들어갔겠지?) 내년 상반기에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공인영어성적이 필요가 없으면 JAIST를 써보고 결과를 보자! 라고 판단하게 되었고...

 

NLP를 연구하시는 일본인 A교수님한테 '영어'로 문의 메일과 개발새발로 쓴 커버 레터를 보냈으나...

답장이 왜 없죠...?

홈페이지의 자기소개에서 한국을 좋아하시는 게 보여서 희망을 걸어보았으나 실패하였다... 패인을 생각해보자면

 

1. 입시 한 달 전에 컨택 메일을 보냈다...

2. 일본인 교수님한테 '영어'로 메일을 보냈다. 그것도 NLP인데.

3. 나는 컴공 지식이 군복무하면서 따놓은 방송대 컴과 학사 학위밖에 없었다. 아 통신소대장 경력도 쳐주남?

4. AI 요새 되게 핫한데....

 

그렇게... 일주일은 기다리는 게 맞으나 성격도 급하고 실제로 시간이 별로 없었던 나는 같은 영역(단과대?)의 다른 외국인 교수님이신 B교수님한테 컨택 메일을 보냈다.

 

이거 실패하면 반 년은 백수에요 ㅠㅠ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매우 호의적인 답변이 칼답으로 왔다!

 

친절하게 입시요강까지 보내주신 교수님

 

외국인 유학생 입시 과정이

 

1. 성적표, 자기소개서, 연구제안서 등등 다른 대학원에서도 제출하는 것들 제출하기

2.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연구제안서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PPT 발표 및 질의응답

 

이 두 가지로 심플하게 결정되는 것이었다. 교수님의 냉정하고 칼 같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연구제안서를 준비하였고 입시출원 및 서류제출을 마치고 나는... PPT 깎는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욕을 엄청 먹었지만 교수님의 사전 컨택 승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해서 입시를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고 다시 PPT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